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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우리가 서로를 품는 법 – <대도시의 사랑법>

by haru81 2025. 4. 8.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2024년 개봉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단순한 로맨스나 퀴어 영화의 틀을 넘어서는 감정의 깊이와 성장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 중 단편 ‘재희’를 원작으로 삼아 이언희 감독이 연출했으며, 배우 김고은과 노상현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연대를 그려낸 감성 퀴어 영화로 많은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줄거리와 함께 주요 인물 ‘재희’와 ‘흥수’의 심리와 변화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재희와 흥수의 만남 – 퀴어 감성의 시작

영화는 2010년 서울, 한 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신입생 환영회에서 시작됩니다. 모두의 시선을 끄는 인물 ‘재희’와 조용하고 내성적인 ‘흥수’가 우연히 만나게 되며, 이들은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 점점 가까워지게 됩니다. 특히, 재희가 흥수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더 깊어지기 시작하죠. 흥수는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질까 두려워하지만, 재희는 오히려 그를 지켜주며 친구 이상의 특별한 유대감을 쌓아갑니다. 둘은 이태원의 오래된 빌라에서 함께 살게 되며, 그 공간 속에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겉으로는 자유롭고 활기찬 일상을 보내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의 편견과 개인적인 아픔이 숨어 있습니다. 흥수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겪는 내면의 혼란을 재희에게 털어놓고, 재희는 그러한 흥수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지지를 보냅니다. 그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갑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청춘의 사랑이나 감정선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물들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군 복무, 유학, 취업 준비 등 인생의 변곡점에서 두 사람은 계속해서 서로를 지탱하고 응원합니다. 서로의 진짜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진정한 의미의 ‘자기 삶’을 찾아가는 여정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김고은과 노상현의 연기 시너지는 말할 것도 없이 탁월하며, 원작의 감성과 영화만의 분위기를 동시에 잘 살려냈습니다. 특히,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상징성과 두 사람의 감정선이 어우러져 도시에 살아가는 이들의 고독과 연대를 실감 나게 표현해주죠. 총 러닝타임 118분 동안 관객들은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편견, 상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며, 마침내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까지 던지게 합니다.

 

인물 분석 – 자유로운 재희와 조심스러운 흥수

🔹 자유로운 영혼, 재희
재희는 세상의 잣대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감정에 따라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겉보기에는 당차고 화려하며, 누구보다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면에 외로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흥수와 함께 살아가며 그녀는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또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힘이 되어주는 법을 압니다. 재희는 흥수가 겪는 혼란과 두려움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고, 그것을 감싸 안으며 그를 응원합니다. 그녀는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의 상징처럼 다가옵니다. 재희는 흥수를 돕기 위해 자신의 삶을 잠시 멈추거나 희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함께하면서도 독립적이며,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유지합니다. 이 점이 바로 재희라는 캐릭터가 깊이 있는 인물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 조용하지만 깊은 성찰의 흥수
흥수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질까 두려워하며, 세상과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그러던 중 재희와의 만남은 흥수의 내면에 균열을 일으키며 서서히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는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재희와의 관계를 통해 자아를 탐색하며 성장해갑니다. 군 복무, 유학 준비, 취업 등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때마다 그는 한 걸음씩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갑니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흥수는 자기 확신을 지닌 인물로 변모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단순히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속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것’으로 확장됩니다. 그가 내리는 선택과 행동 하나하나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대도시에서 피어난 감정과 성장의 기록

<대도시의 사랑법>은 단순한 퀴어 영화, 혹은 로맨스 영화로 분류되기엔 그 결이 다릅니다. 이 영화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이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연대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 서사’입니다. 특히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성은 흥수와 재희의 정체성과 연결되며, 도시 속에서 소외된 이들의 내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해줍니다. 혼자인 것 같은 도시에서 누군가와 진짜로 연결되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영화는 조용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배우 김고은과 노상현은 각자의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냅니다. 이들의 감정선은 매우 현실적이고 진실되며, 마치 옆집 사람의 이야기처럼 가깝게 느껴지게 하죠.

그것은 곧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사회의 기준 속에서도 자신답게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는 잔잔한 위로와 강한 용기를 동시에 건넵니다. 진정한 감성 퀴어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을 때,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이 그리울 때, 이 영화를 꼭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